“나는 못 해”라고 말할 때

Girl with little lady bag

아이들이 “나는 못 해”라고 말할 때,
어른인 우리는 종종 그 말 너머를 먼저 해석한다.

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일이라,
아이가 겁을 내고 있거나
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.

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느끼게 된 건,
이 말이 어려움 때문이라기보다
‘불확실함’에서 나오는 표현이라는 점이었다.

어른에게 익숙한 일도
아이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다.
아이들의 하루에는 그런 ‘처음’이 너무 많다.

이럴 때 억지로 시키는 일은
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.
혼내는 것도 마찬가지다.
심지어 “할 수 있어”라는 말조차
아이의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있다.

불확실함은
도전으로 사라지지 않는다.
이해받을 때, 조금씩 사라진다.

그래서 나는 먼저
마음속으로 믿으려 한다.
정말로, 이 아이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.

가르치기 위해서도,
용기를 주기 위해서도 아니라
그저 진심으로.

그리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본다.

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
망설였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.
겉으로는 쉬워 보여도
처음엔 쉽지 않았던 경험들,
그리고 결국 해냈을 때의 느낌까지.

무언가를 설득하려는 건 아니다.
불확실함이 낯선 감정이 아니라는 걸
알려주고 싶을 뿐이다.

가끔은 한 번만 보여준다.
천천히.
너무 쉽게 보이지 않게.

나에게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,
조금씩 시도해야 한다는 걸
아이에게 보여준다.

너무 쉽게 해내 보이면
도움이 되지 않는다.
아이와 나 사이의 거리가
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.

그 다음에는 물러선다.

대신해 주지 않고,
재촉하지도 않는다.
아이 스스로 끝낼 수 있도록
기다린다.

이런 순간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.
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‘처음’이 있다.

그 모든 처음은
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
경험이 새롭기 때문에
도전이 된다.

나는 이제 “나는 못 해”라는 말을
거절이나 회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.

그 말은
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의
한 부분이라고 느낀다.

불확실함을 하나씩 지나오며,
아이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
조용히 쌓여간다.

다음의 불확실함도
마주할 수 있다는 믿음.

그렇게 자신감은
조금씩,
하나씩 만들어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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